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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으로 짠 하얀 옷 2 : 멈춰있는 시간(Dictee-Theresa Hak Kyung Cha, 1982)
    영미문학/영미소설 2023. 3. 7. 13:42

    "한 국민, 우리들 각자의 삶은 결코 하나의 목소리나 관점으로 대체 할 수 없는 것입니다."

     

    Guan Soon is the only daughter born of four chil-dren to her patriot father and mother.

    관순은 애국자 아버지 어머니의 네 자녀 중 외동딸로 태어났다.
    From an early age her actions are marked exceptional.

    어려서부터 그녀의 행동은 남달랐다.
    History re-cords the biography of her short and intensely-lived existence.

    역사는 그녀의 짧고 격렬했던 삶의 전기를 다시-기록한다.
    Actions prescribed separate her path from the others.

    그녀의 행동은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들의 역정과 갈라놓는다.
    The identity of such a path is exchange-able with any other heroine in history,

    그러한 인생 역정의 정체성은 역사 속의 어느 다른 여성 영웅들과 바꾸어도 상관없다,
    their names, dates, actions which require not definition in their devotion to generosity and self-sacrifice.

    그들의 이름, 시대, 행위들은 관대함과 자기-희생의 헌신으로 따로 정의를 내릴 필요가 없다.

    P. 30.

        1편에서 그녀는 Diseuse가 되어 타인들의 말을 전하기 시작합니다. 뒤이어 첫 챕터에서 유관순 열사에 대한 글이 나옵니다. 우리가 익히 들었듯, 유관순 열사는 민족항쟁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입니다. 이 책에서 나오는 또다른 여성들, 이를 테면 성 테레사나 잔다르크 혹은 차학경의 어머니 차형순과 같이, 그녀를 영웅이나 성인 그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모자랄 것입니다. 화자는 이와같이 타인들을 전달하는데, 이는 화자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기도 합니다. 모국어를 잃고 이념 다툼에 의해 희생된 화자의 정체성은 곧 유관순과 일제강점기에 나타나 민족 역사적 정체성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In Guan Soon' s 16th year, 1919, the conspiracy by the Japanese to overthrow the Korean Government is achieved with the assassination of the ruling Queen Min and her royal family.

    관순이 16세 되던 해, 1919년, 한국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일본의 음모는 명성황후와 그의 왕족들을 암살함으로써 성취된다.

    In the aftermath of this incident, Guan Soon forms a resistant group with fellow students and actively begins her revolutionary work.

    이 사건을 계기로, 관순은 동료 학생들과 함께 항거 단체를 조직해 본격적으로 혁명운동을 시작한다.

    There is already a nationally organized move-ment, who do not accept her seriousness, her place as a young woman, and they attempt to dissuade her.

    이미 민족적으로 조직된 운동 단체가 있었는데, 그들은 관순의 진지함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어린 여성이라는 것 때문에 그녀의 위치를 인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녀를 설득해 단념시키려고 했다.

    She is not discouraged and demonstrates to them her conviction and dedication in the cause.

    그녀는 용기를 잃지 않고, 그들에게 자신의 신념과 헌신을 보여주었다.

    She is ap-pointed messenger and she travels on foot to 40 towns, organizing the nation's mass demonstration to be held on March 1, 1919.

    1919년 3월 1일 민족적 대시위를 조직하기 위해, 그녀는 40여 군데의 마을을 도보로 여행하며, 천명을 받은 사신의 역할을 해냈다.

    This date marks the turn-ing point, it is the largest collective outcry against the Japanese occupation of the Korean people who will-ingly gave their lives for independence.

    이날은 역사의 전환점으로 기록된다. 이날의 시위는 한국인들이 일본의 지배에 항거한 최대 규모의 시위였으며, 그들은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쳤다.

    The only daughter of four children she makes complete her life as others have made complete. 

    네 자녀 중의 외동딸인 그녀는 다른 형제들이 그러했듯이 자신의 삶을 완성시켜 나갔다.
    Her mother her father her brothers.

    그녀의 어머니 그녀의 아버지 그녀의 오빠들.

    P. 30-31.

        유관순 열사 역시 남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을 완성시켰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여자이자 어렸던 그녀의 진심을 당시 민족주의자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민족주의 담론에서 그녀를 배제시키기 일쑤였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가장 낮은 곳에서, 완전한 부재 가운데서, 직접 두발로 뛰어,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냈습니다.

     

    The "enemy." One's enemy. Enemy nation. Entire nation against the other entire nation.

    "원수." 누구의 적. 적국. 전체 민족에 대항하는 또 다른 민족 전체.
    One people exulting the suffering institutionalized on another.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의 제도화된 고통을 즐거워한다.
    The enemy becomes abstract. The relationship be-comes abstract.

    적은 추상화된다. 그 관계는 추상화 되어-온다.

    The nation the enemy the name becomes larger than its own identity.

    그 민족 그 원수 그 이름이 그 자신의 정체성보다 더 거대해진다.
    Larger than its own measure. Larger than its own properties. Larger than its own signification.

    그 자신의 크기보다 더 커진다. 자신의 속성보다 더 커진다. 자신의 의미보다도 더 커진다.
    For this people. For the people who is their enemy.

    국민에게는, 그들의 원수인 국민들에게는.

    For the people who is their ruler's subject and their ruler's victory.

    그들의 통치자의 지배와 통치자의 승리인 국민들에게는.

    P. 32.

        일제강점기 때 민족 투쟁을 다루며, 화자는 문득 '적'이라는 말을 낯설게 느낍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은 우리 민족에게 '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해방 이후에도 우리들의 '적'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남과 북,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보수와 진보.. 일본이란 적은 사라졌지만, 우리들의 '추상화된 적'은 너무나 커져서, 같은 민족 서로에게 칼과 총을 겨누고, 오늘까지도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념이 무서운 이유는 그 형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적군과 아군이라는 흑백논리 속에서 상대방에게 칼을 겨누고, 중간에 선 자들까지 이유도 모른채 무참히 희생시킵니다. 이념이라는 괴물, 그것이 오늘날 우리민족의 '적'인 것입니다.

     

    Why resurrect it all now. From the Past. History, the old wound.

    왜 지금 그 모든 것을 부활시키는가. 과거로부터. 역사를, 그 오랜 상처를.
    The past emotions all over again.

    지난 감정을 온통 또다시.
    To confess to relive the same folly.

    그것은 똑같은 어리석음을 다시 사는 것을 고백하기 위해서이다.
    To name it now so as not to repeat history in oblivion.

    지금 그것을 불러일으켜 잊혀진 역사를 망각 속에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To extract each fragment by each fragment from the word from the image another word another image the reply that will not repeat history in oblivion.

    말과 영상 속에서 또 다른 말과 영상을 조각조각 끄집어내어, 잊혀진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대답을 끄집어내기 위해서이다.

    P. 33.

        화자는 이런 얘기를 전하는 이유를 직접 말합니다. 이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독립 이후에도, 적과 싸워야한다고 배우며,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 형체도 없는 적들과 계속 싸워왔습니다. 그 적은 일본을 넘어, 동족상잔의 비극을 불러왔고, 지금까지도 우리 마음에 깊이 남아있습니다. 일본이라는 외부의 적이 사라졌는데도, 우리들은 계속해서 알 수 없는 거대한 적과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국가는 역사를 보정하고, 대중매체에 반복재생시켜, 특정한 이념을 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해왔습니다. 그러한 논리가 과연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 논리와 크게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영향의 피해자는 결국 우리들이 아닐까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Post Colonialism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Post Colonialism은 식민지 이후의 개인적 삶의 갈등과 모순을 어떻해 해결할 것인가를 다루는 이론입니다. 다행이게도, 오늘날에는 과거에비해 많은 사람들이 이념 다툼의 문제를 어느정도 인식하고, 보다 실체적으로 역사를 바라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민족주의 담론속에서는 이러한 얘기를 감히 꺼낼 수 도 없었겠지만, 이제는, 그것이 가진 폭력성과 비효율성을 짚어 말할 때가 되었습니다. 특수한 역사적 경험은 형태를 달리해서라도 계속 새롭게 그리고 다르게 기억돼야 하며, 그것이 곧 국가의 윤리성을 찾는 길일 것입니다.

     

    Some will not know age. Some not age. Time stops.

    어떤 사람들은 나이를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시간이 멎는다.
    Time will stop for some. For them especially.

    시간은 어떤 사람들을 위해서는 멈추어준다. 그들을 위해 특별히.
    EternaI time. No age. Time fixes for some.

    영원의 시간. 나이가 없는. 시간은 일부 사람들을 위해서 고정된다.
    Their image, the memory of them is not given to deterioration,

    그들의 영상, 그들의 기억은 부패되지 않는다.
    unlike the captured image that extracts from the soul pre-ciseIy by reproducing, multipIying itself.

    자신을 재생산하고 번식하며, 영혼으로부터 추출된 고정적 이미지와는 달리.
    Their coun-tenance evokes not the hallowed beauty, beauty from seasonal decay,

    그들의 면모는 성스러운 아름다움, 시간에 따른 쇠락에서 오는 아름다움,
    evokes not the inevitable, not death, but the dy-ing.

    피할 수 없는 것이나, 죽음도 아니고 죽는-것 자체를 환기시킨다.

    P. 37.

        화자는 시간에 대해 말합니다. 어떤 시간은 생명력을 잃어 더이상 흐르지 않습니다. 때때로 국가는 너무나 쉽게 한 국민의 삶을 하나의 목소리나 관점으로 대변하곤 합니다. 그런 국가적 이념 속에서 박제된 개인들의 시간은 흐르지 않고, 영원히 죽은 상태로 남아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유관순은 17세 그 꽃다운 나이에 아직도 멈춰있습니다. 일본에 항거하여 순국했을 때의 모습 그대로, 역사책에 남았고, 신문과 영화 혹은 누군가의 연설에 남았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나이가 들며 계속 새로운 모습을 가지듯, 우리는 유관순을 계속 '다시' 기억해야하지 않을까요? 일본에게 항거하고 순국한 그 모습만이 아닌, 지금의 우리와 같이 계속 변해가는 유관순의 모습을 기억하고 새롭게 말해야 유관순의 시간도 계속 흘러갈 수 있을 것입니다.

     

    Face to face with the memory, it misses. It's missing.

    기억과 정면으로 마주 대보면, 그것은 빠져있다. 그것이 빠져 있다.

    Still. What of time. Does not move. Remains there.

    여전히. 시간은 어떠한가. 움직이지 않는다. 거기에 머물러 있다.

    Misses nothing. Time, that is. All else. All things else.

    아무것도 빠뜨리지 않는다. 시간이 말이다. 나머지 모든 것.
    All other, subject to time. Must answer to time, ex-cept.

    모든 나머지 것들, 모든 다른 것은 시간에 지배된다. 시간에 대답해야 한다, 다만.
    Still born. Aborted. Barely. Infant. Seed, germ, sprout, less even.

    사산된. 무산된. 겨우. 영아. 씨, 싹, 새싹, 그보다도 못한.
    Dormant. Stagnant. Missing.

    잠자고 있는. 정체되어 있는. 사라져버린.


    The decapitated forms. Worn. Marred, recording a past, of previous forms.

    목이 잘려진 형상들. 낡은. 흉진, 이전의 형상의 과거의 기록.
    The present form face to face reveals the missing, the absent.

    현재의 형상은 정면으로 대면해보면 빠진 것, 없는 것을 드러낸다.
    Would-be-said remnant, memory. But the remnant is the whole.

    나머지라고 말-해-질, 기억. 그러나 나머지가 전부다.

    The memory is the entire. The longing in the face of the lost. Maintains the missing.

    기억이 전부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열망. 빠진 것을 지킨다.
    Fixed between the wax and wane indefinite not a sign of progress.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부정의 사이에 고정되어 진보의 표시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All else age, in time. Except. Some are without.

    그외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나이를 먹는다. 단지. 어떤 사람들은 나이가 없다.

    P. 37-38.

        비록 유관순처럼 역사에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언제 어디 누구인지도 알 수 없지만, 일본에 항거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화자는 국가적 시간에서 빠져있는 그 나머지들이 전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망각 속에서 멈춰있습니다. 씨앗의 상태와 같은 그들이 다시 피어나기 위해서는, 우리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그들의 '삶' 자체를 포착하고, 새롭게 기억하고 이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Notes:

    • 원서는 《Dictee. Theresa Hak Kyung Ch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01.》, 김경년 역본을 참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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